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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는 현대 일본 영화에서 가족을 가장 섬세하고 깊이 있게 탐구하는 감독 중 한 명입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어느 가족 등 그의 작품들은 가족의 형태와 의미를 재정의하며, 국제적으로도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특히, 그는 칸 영화제에서 꾸준히 주목받으며 2018년에는 어느 가족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영화에서 보여주는 가족의 모습과 그의 가족관이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에서 가족이란 무엇인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에서 가족은 단순한 혈연 공동체가 아닙니다. 그는 전통적인 가족 개념을 해체하고, 새로운 가족의 형태를 탐구합니다. 그의 작품 속 가족들은 때로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서로를 깊이 이해하고 지지하며 진정한 유대감을 형성합니다.
그의 대표작 어느 가족(2018)은 이러한 가족관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혈연이 아닌, 생계를 위해 모인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면서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찾아갑니다. 영화는 “가족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반드시 혈연으로 연결되지 않더라도 진정한 사랑과 연대가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는 유전자보다 중요한 것이 양육과 정서적 교감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두 가족이 병원에서 뒤바뀐 아이들을 서로 바꿔야 하는 상황에서, 부모들은 혈연과 정체성에 대해 고민합니다. 영화는 부모와 자녀의 관계를 혈연적 연관성에 국한시키지 않고, 함께한 시간과 사랑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이러한 방식으로 가족의 의미를 단순한 혈연 관계를 넘어 감정적 연결과 공동체 의식으로 확장시키며, 현대 사회에서 변화하는 가족의 개념을 조명합니다.
현실을 반영한 가족 이야기: 일본 사회와의 연결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는 단순한 가족 드라마가 아닙니다. 그의 작품들은 일본 사회의 변화와 가족 구조의 문제점을 깊이 있게 탐구합니다. 현대 일본 사회에서는 전통적인 가족 개념이 변화하고 있으며, 핵가족화와 개인주의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또한, 경제적 불안정과 사회적 단절로 인해 가족의 형태 역시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느 가족에서 등장하는 ‘비혈연 가족’은 일본 사회의 빈곤층과 연결됩니다. 영화 속 가족 구성원들은 각자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만나 하나의 가정을 이루지만, 그들의 관계는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이는 일본 사회에서 법과 제도가 가족의 실질적인 유대보다 우선시되는 현실을 반영합니다.
또한, 바닷마을 다이어리(2015)는 혈연관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疏遠疏한 가족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아버지가 다른 이복자매들이 함께 생활하며 점차 가족으로서의 유대감을 쌓아가는 과정은, 일본 사회에서 점점 증가하는 다문화 가정과 재혼 가정을 떠올리게 합니다. 영화는 이러한 가족의 변화를 따뜻하면서도 현실적으로 그려냅니다.
이처럼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일본 사회의 변화 속에서 기존의 가족 개념이 어떻게 해체되고 재구성되는지를 포착하며, 관객들에게 가족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만듭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연출 스타일과 가족 이야기의 감성적 전달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가족 이야기를 섬세하고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데 탁월한 재능을 가진 감독입니다. 그의 영화는 강렬한 드라마적 요소보다는, 일상적인 순간들을 포착하여 감동을 이끌어냅니다.
① 다큐멘터리적 연출과 자연스러운 연기
그의 연출 스타일은 다큐멘터리적 기법과 유사합니다. 카메라는 마치 가족 구성원의 한 사람처럼 인물들을 조용히 따라가며, 그들의 대화와 일상을 담담하게 기록합니다. 이러한 연출 방식은 관객들에게 더욱 현실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특히, 그는 아역 배우들에게 정형화된 연기를 강요하지 않고, 즉흥적인 대화를 유도하여 보다 자연스러운 장면을 만들어냅니다. 아무도 모른다(2004)에서 주연을 맡았던 유야 야기라는 당시 14세의 비전문 배우였지만, 그의 섬세한 연기는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② 조용한 감정선과 여운을 남기는 엔딩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는 대체로 조용하게 흐르지만, 그 안에는 강한 감정이 내재되어 있습니다. 그는 극적인 사건보다는, 인물들의 세밀한 표정 변화나 사소한 행동을 통해 감정을 전달하는 데 집중합니다.
또한, 그의 영화는 명확한 해답을 주지 않고 열린 결말을 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의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 료타는 자신이 진정으로 아이를 사랑하는 방법을 깨닫지만, 영화는 그의 선택을 명확히 보여주지 않은 채 끝이 납니다. 이러한 방식은 관객들에게 각자의 가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합니다.
결론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가족을 단순한 혈연 공동체가 아닌, 감정과 유대감을 기반으로 한 관계로 바라봅니다. 그는 영화 속에서 전통적인 가족 개념을 해체하고,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조명하며 현대 사회에서 가족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탐구합니다.
그의 작품들은 칸 영화제를 비롯한 국제 무대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으며,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이는 그의 영화가 특정 국가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모든 인간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가족의 감정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흔히 당연하게 여기는 가족의 의미를 다시금 되돌아보게 만드는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그의 영화는 따뜻한 감동과 함께, 가족이라는 관계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합니다.